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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식일에서 일요일로
  칼럼  >  오만규  >  예수님과 안식일 ②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신약 성경의 사복음서에서는 모두 56회에 걸쳐 안식일과 관련된 예수님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지난 호에서는 그 이야기들 중에서도 시기적으로 제일 앞에 위치하는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예수님이 어린 시절부터 습관적으로 안식일을 준수하셨다는 보고와 예수님이 메시야적 봉사를 시작할 때 나사렛 회당의 안식일 설교에서 이사야서에 등장하는 안식년과 희년의 메시지를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메시야적 사명을 선포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호부터는 그 이야기들에 이어지는 사건으로서 예수님과 바리새인들 사이에 안식일 문제로 빚어졌던 안식일 논쟁을 몇 차례에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예수님의 안식일 논쟁
 신약 성경의 사복음서는 모두 예수님과 유대교의 지도층 사이에 안식일 문제로 치열한 논쟁이 이루어진 사실들을 중요한 사건들로 소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안식일의 주제가 예수님과 유대교 지도자들이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갈등 요인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 이 같은 논쟁이 발생한 까닭은 무엇이며 그들은 안식일의 어떤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대립했던 것일까? 그리고 사복음서의 기자들이 하나같이 예수님의 안식일 논쟁을 중요한 기사로 취급하여 후대에게 전한 의도는 무엇이었는가? 혹시 복음서 기자들은 예수님이 이 논쟁을 통해 안식일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을 후대에게 보여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그런데 복음서의 안식일 논쟁들을 자세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쟁점이 안식일을 계속 지켜야 하는가 또는 폐지해야하는가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다. 예수님도 그리고 유대교 지도자들도 안식일이 존속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서로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예수님은 안식일이라는 제도 자체를 배척하지 않으셨으며 유대교 지도층도 예수님이 안식일 자체를 폐하려 한다고 공격하지 않았다. 예수님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산상 수훈에서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나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케 함이로다”(마태복음 5장 17절)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이 점에 있어서는 털끝만큼의 의혹도 남기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러면 안식일 논쟁의 쟁점은 무엇이었는가? 놀랍게도 그것은 안식일을 어떻게 지키는 것이 성서적 원칙에 일치하는 것인가의 문제였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 같은 유대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에게 문제를 삼은 것은 안식일이라는 제도 자체를 예수님이 반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이 자신들의 전통적인 안식일 준수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복음서의 안식일 논쟁 이야기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수님이 안식일 논쟁을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유대인들의 전통적인 안식일 규칙을 무시함으로써 안식일 논쟁을 자초한 면이 없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러면 제자들에게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마태복음 5장 39절)고 가르치신 “온유하고 겸손하”(마태복음 11장 29절)신 우리의 주님께서 무슨 이유 때문에 유대교의 전통적인 안식일 준수 규칙을 반대하여 서기관과 바리새인들과 더불어 논쟁을 치르지 않을 수 없었는가? 그 까닭은 유대교의 스승들이 만든 안식일 규칙들이 하나님이 인류에게 선물로 주신 안식일을 괴물로 망가뜨리고 있으며 괴물이 된 안식일 때문에 힘없는 백성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유대교 스승들이 만든 안식일 규칙들은 어떤 것이었는가? 유대교의 스승들인 랍비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들은 유대교의 구전 경전인 <탈무드>의 제1부를 구성하고 있는 미쉬나에 들어 있는데 그것들은 운반하기, 불 때기, 불 끄기, 끝내기, 글쓰기,지우기, 요리하기, 빨래하기 등 안식일에 행해서는 안 되는 39개항의 일이다. 예수님은 이 규칙들 때문에 안식일이 하나님께서 의도했던 대로 사람에게 축복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이 되고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즉 예수님이 안식일 문제로 바리새인들과 논쟁하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왜곡되고 있는 안식일의 기능을 본래의 의도대로 회복시켜 안식일이 더 이상 사람들에게 짐이나 고통이 되지 않고 하나님께서 의도했던 대로 사람들에게 안식과 평안과 기쁨을 주는 생명의 제도로 기능하게 하려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복음서의 기자들이 예수님의 안식일 논쟁을 자세히 기록하여 복음서에 포함시킨 것도 그리스도인들이 안식일을 축복의 날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안식일의 기본 이념과 안식일 규칙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즉 사복음서의 기자들은 그리스도인 독자들에게 더 이상 안식일의 원칙을 왜곡시키는 유대교 장로들의 유전적인 규칙에 따라 안식일을 지키지 말고 주님의 모본을 따라 안식일을 하나님의 자비를 나타내는 사랑과 봉사의 날로 지킬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역사적인 그리스도교는 안식일의 원칙과 그 규칙에 대한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여 사람을 위한 축복의 제도로 제정된 안식일의 기능이 본래의 의도대로 회복될 것을 기대했던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바람을 이루어 내지 못했다. 역사적인 그리스도교는 안식일을 본래의 목적에 맞게 개혁하는 대신에 안식일 규칙의 나쁜 관행을 미워한 나머지 안식일 규칙의 나쁜 관행들과 함께 안식일 자체까지 폐지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이로써 하나님이 제정하고 그리스도가 옹호했던 안식일은 더 이상 인류를 복되게 하는 보편적인 기구로 기능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안식일에 밀 이삭을 잘라 먹은 일로 인한 안식일 논쟁
 예수님과 바리새인들 사이에 안식일 문제로 발생했던 최초의 논쟁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을 지나가다가 배가 고팠던 제자들이(마태복음 12장 1절) 밀 이삭을 잘라서 “손으로 비벼 먹는”(누가복음 6장 1절) 것을 본 바리새인이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했다(마태복음 12장 2절)고 예수님에게 항의하면서 발생하였다.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에 대해 공통적인 관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하여 공관 복음서라고 일컬어지는 마태, 마가,누가의 세 복음서에 모두 기록된(마태복음 12장 1~8절; 마가복음 2장 23~28절; 누가복음 6장 1~5절) 이 사건의 쟁점은 왜 안식일을 지키느냐는 문제도 아니었고 왜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냐는 문제도 아니었다. 바리새인이 제기한 문제는 왜 거룩한 안식일에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 먹은 행위를 막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으며 예수님이 제기한 문제는 과연 제자들의 행위가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이었느냐 하는 것이었다.바리새인이 예수님에게 “제자들이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였다.”고 비난한 것은 제자들이 안식일에 남의 소유를 도둑질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구약 성경 신명기 23장 25절에서 “네 이웃의 곡식밭에 들어갈 때 네가 손으로 그 이삭을 따도 되느니라 그러나 네 이웃의 곡식밭에 낫을 대지 말지니라”고 했기 때문에 제자들이 다른 사람의 밭에서 밀 이삭을 자른 것자체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바리새인이 문제로 삼은 것은 제자들이 안식일에 일을 하여 성경이 안식일에 일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겼다는 것이다. 구약 성경은 안식일에 대해 “너는 엿새 동안 일하고 제칠일에는 쉴지니 밭 갈 때나 거둘 때도 쉴지니라”(출애굽기 34장 21절)고 명하여 밭일까지 금하였던 것이다.그러면 과연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자른 행위가 안식일 계명이 금지한 일에 해당하는 것이라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미쉬나에 수록된 39개 항목의 안식일 금지 규정들 중에는 수확, 타작, 곡식 까부르기, 맷돌 돌리기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바리새인은 제자들이 밀 이삭 자른 행위를 수확으로, 손으로 밀을 비빈 것을 타작으로 그리고 입바람으로 밀 껍질을 불은 것을 곡식 까부르기로 해석한 것이었다. 제자들은 매우 적은 양의 밀이삭을 자르고 비벼 먹은 것이었지만 미쉬나는 “아주 작은 분량의 밀 이삭을 취한” 사람도 죄를 지은 것이라고 언명하고 있기때문이었다.
 유대교가 가르치던 안식일의 유전적인 규칙은 그 중심적 동기가 안식일의 거룩성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거룩한 안식일을 범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가능성까지 철저히 배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칙들을 마련했던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자연히 인간의 필요보다는 율법의 요구를 우위에 놓게 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존재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예컨대 안식일의 치료 행위도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안식일에 대한 규칙 위주의 사고방식은 자연히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정죄하는 경향을 갖게 만들었다.
 반면에 예수님의 윤리는 바리새인들의 윤리와 달랐다. 예수님은 인간의 필요를 율법의 문자적인 준수보다 더 우선적이라고 인식하였다. 안식일이 인간을 위해 제정된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었다. 따라서 안식일 논쟁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람 중심적인 안식일관과 바리새인들의 규칙 중심적인 안식일관이 서로 대립한 것이었다.예수님은 제자들이 밀밭을 지나가다가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따서 비벼 먹음으로서 “안식일에 하지 못 할” 일을 했다고 하는 바리새인들의 비난에 동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바리새인들이 “무죄한 자들을 정죄하고 있다”(마태복음 12장 7절)고 비판했다. 안식일의 규칙보다는 “배가 고픈” 제자들의 필요가 더우선적인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에게 성경이 자신의 관점을 지지하고 있다는 실례를 직접 제시했는데 그가 제일 먼저 인용한 것은 다윗과 관련하여 선지서에 기록된 다음의 사례였다.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도망 다닐 때 자기와 그 함께한 자들이 시장하여”(마태복음 12장 3절) 대제사장 아히멜렉에게로 가서(마가복음 2장 25절, 사무엘상 21장 1, 2절) 무엇이든지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대제사장이 성전에서 “제사장 외에는 먹지 못하는 ‘거룩한 떡’을 주어 먹게 하였다”(사무엘상 21장 1~6절; 마태복음 12장 3, 4절; 마가복음 2장 26절; 누가복음 6장 4절)는 것이다. “성전의 거룩한 떡”은 제사장들 외에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보다는 배고픈 상태에 있는 인간의 필요가 우선한다는 원칙이 다윗의 사례에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은 제자들의 행동을 변명하기 위해 또 하나의 성서적 사례를 바리새인들에게 제시했다. 그리고 예수님은 앞에서 다윗의 사례를 선지서에서 인용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사장들이 안식일에 일반인들이 행하면 죄로 여겨지는 수많은 일을 행해도 율법적으로 죄가 되지 않았던 여러 사례(레위기 24장 8, 9절; 민수기 28장 9, 10절)가 기술된 율법서를 인용하였다.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안식을 범하여도 죄가 없음을 너희가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마태복음 12장5절)는 것이었다. 제사장들은 성전 안에서 안식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평일보다 더 힘들게 일을 했지만 이것이 안식일을 범한 죄로 인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제사장들이 성전에서 하는 일은 세속적인 일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는 거룩한 봉사로서 적법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은 구약 성경의 두 사례로서 제자들의 죄 없음을 옹호한 다음에 안식일의 기본 원칙을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하였다.“안식일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라”(마가복음 2장 27, 28절),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노라 하신 뜻을 너희가 알았다면 무죄한자로 죄를 정치 아니하였으리라”(마태복음 12장 27절).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느니라 인자는 안식일에 주인이니라”(마태복음 12장 6, 8절). 사람을 위해 안식일이 제정된 것이지 안식일을 위해 사람이 창조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안식일은 사람이 하나님에게 드리는 제사의 하나로 제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에게 베푸는 자비의 선물로 제정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성전보다 더 큰이시며” 또한 태초에 아버지 하나님과 함께 계신 이로서(요한복음 1장 1~3절) 안식일을 제정하신 “안식일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예수님이야 말로 안식일의 유일한 유권 해석자이며 예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예수를 따르며 섬기는 행위는 제사장들이 안식일에 성전에서 행하는 행위들 이상으로 합법적이라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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