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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오만규  >  “네 부모를 경외하고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레위기 19장 3절)
 

 

 안식일 계명이 다른 도덕률과 결합되는 여러 사례 중에서도 대표적인 경우는 레위기 19장 3절의 “너희 각 사람은 부모를 경외하고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는 명령이다. 왜냐하면 부모 공경의 도덕률은 고대 시대부터 어떤 형태의 사회를 막론하고 인간의 여러 사회적 도덕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는데 안식일 준수의 계명이 이같이 중요한 계명과 한 몸의 명령으로 결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룩한 삶의 출발인 부모 경외와 안식일 준수
 “너희 각 사람은 부모를 경외하고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는 명령은 “너희는 거룩하라”는 하나님의 주제적 명령에 곧바로 이어지고 있는 점에서 특별하다.하나님은 레위기 19장 2절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으로 너희는 거룩하라.”고 명령하였다.그리고 그다음에 그 명령을 실천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여러 거룩한 규범들을 레위기 19장 13~37절에서 제시하였는데 “너희 각 사람은 부모를 경외하고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는 명령은 그‘거룩한 규범들’의 목록 중에서 첫 번째로 제시된 명령이다. 다시말해서 하나님은 레위기 19장 2, 3절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부모의 경외와 안식일의 준수로 거룩한 삶을 시작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 공경의 계명과 안식일 준수 계명의 공통점
 그러면 안식일 준수의 계명과 부모 공경의 계명은 어떤 공통성 때문에 이스라엘 자손들이 거룩한 삶을 살아 내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여러 거룩한 율법들의 목록에 각각 개별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오히려 두 계명이 하나의 명령으로 결합한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는가?
 십계명 안에서 안식일 준수의 계명과 부모 공경의 계명이 공통적으로 다른 여덟 개 계명과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 특징의 하나는 이 두 계명만이 긍정적 또는 적극적인 명령의 방식으로 진술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여덟 계명이 모두 “…하지 말라.”는 부정적 또는 소극적인 명령들인 것과는 다르게 안식일 준수의 계명과 부모 공경의 계명만이 “…하라.”는 적극적인 명령인 것이다.
 안식일 준수와 부모 공경의 두 번째 공통점은 안식일과 부모가 모두 이 땅에서 하나님의 신성을 대신하거나 상징하는 대표적인 대상이라는 점이다. 안식일 계명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신성을 경외하는 관점에서 안식일을 구별할 것을 명령하고 있으며, 부모 공경의 계명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가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명기 5장 16절)고 명령하여 부모 공경의 명령에 사람의 생명과 복을 주관하는 하나님의 주권을 결합시키고 있다.



 그리고 신약 성경 누가복음도 ‘사람의 아들’ 예수의 족보에서 하나님을 인류의 첫 시조로 내세워(누가복음 3장 23~38절 참조) 부모와 하나님을 한 줄로 연결시키고 있다. 하나님은 인류의 시조인 아담만 말씀으로 낳았을 뿐 아니라 부모를 통해 우리도 낳았다. 인류는 하나님의 소생인 것이다. 말라기 3장 17절에서는 “사람이 아들을 아낌같이 하나님이 사람들을 아끼신다.”고 말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마태복음 6장 9절)이며 “하나님 아버지”이시다. 우리에게 아버지(生父), 할아버지(祖父)가 계시듯 또한 하나님 아버지(天父)가 계시는 것이다.
 그런데 십계명에는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출애굽기20장 12절 참조)고 되어 있는데 레위기 19장 3절에서는 “네 어머니와 아버지를 경외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하나님의 신성한 권위로 어머니의 권위를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위치를 ‘아버지’앞에 두고 있다. 어머니의 신성한 권위는 결코 아버지의 신성보다 낮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뜻일 것이다.

 네 어머니와 아버지를 경외하라
 레위기 19장 3절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거룩한 율법’의 첫 번째 항목으로 안식일 계명과 부모 공경의 계명을 하나로 묶어 제시하고 있는 것 외에도 특별히 주목되는 현상이 또 있다. 그것은 레위기 19장 3절에서 십계명의 다섯째 계명인 부모 경외의 계명이 넷째 계명인 안식일 계명보다 앞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과 십계명에서 부모에 대한 존경의 명령에 ‘공경하라(honor).’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레위기 19장 3절에서는 부모에 대한 존경의 명령에 일반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존경의 표현에 한정하여 사용하는 ‘경외하라(fear).’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레위기 19장 3절에서 부모 공경의 계명을 인간에 대한 어떤 계명보다도 높일 뿐 아니라 심지어는 넷째 계명으로서 하나님의 신성한 권위를 높이 내세우고 있는 안식일 계명보다도 앞세우는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히브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부모 공경의 계명을 십계명의 두 돌비 중에서 어느 쪽에 위치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는지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대교에서는 전통적으로 모세가 시내 산에서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십계명은 두 돌비에 정확히 다섯 계명씩(출애굽기 26장2~12절; 20장 13~17절 참조) 양분되어 있으며 부모 공경의 계명은 안식일 계명과 함께 첫 번째 돌판에 포함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는 계명은 십계명에서 인간 차원의 계명들에 포함되지 않고 하나님의 신성한 권위를 옹호하는 계명들에 포함되었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인데 개신교의 대표적인 개혁자의 한 사람인 장 칼뱅도 이 주장을 지지하였다.
 레위기 19장 3절에서 부모에 대한 존경의 명령을 십계명(출애굽기 20장 12절 참조)에서처럼 “공경하라.”고 명령하지 않고 하나님에 대한 차별적인 존경의 표현을 사용하여 부모를 “경외하라.”고 명령한 것도 십계명의 두 돌비 중 하나님을 경외하는 계명들이 수록된 첫 번째 돌비에 부모 공경의 계명을 포함시킨 조치와 같은 관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이해된다. 즉 하나님께서는 자녀들의 눈앞에 부모의 권위를 하나님의 신성과 위엄으로 높이 내세우고자 하여 부모 공경의 계명을 어떤 인간 차원의 계명보다도 앞세웠을 뿐 아니라 부모 존경의 표현으로 “공경하라.”는 표현 대신 하나님에 대해 한정된 “경외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게 부모는 생명의 원천으로서 세상에서 하나님 다음으로 신성하고 존엄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 땅에서 부모는 자녀들에게 하나님을 대표하는 존재인 것이다. 사도 요한의 표현으로 말한다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아버지이며 우리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눈에 보이는’ 하나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부모를 공경하지 않으면서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경외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요한1서 4장 20절). 우리가 부모를 공경할 때 우리는 단순히 부모만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부모를 통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하나님을 함께 공경하는 것이며 만약 우리가 부모를 욕되게 한다면 그것은 단지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하나님까지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은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고 패역하는 자식들에게 극형의 처벌을 명하였던 것이다(출애굽기 21장 15, 17절; 신명기 21장 18~21절 참조).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사람들에게 가르친 하나님 경외의 교육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 대한 경외와 존경을 배우면서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사람이 하나님 경외를 배우는 최초의 경험이 부모를 경외하는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최초의 개념이 눈에 보이는 아버지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부모를 경외하라는 명령은 사회적 명령이면서 모든 종교의 기초가 되는 종교적 명령이다.
 레위기 19장 3절에서 안식일 계명을 부모 공경의 계명 뒤에 위치하게 한 것 역시 사람들에게 부모의 권위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이해된다. 안식일 계명이 십계명에서처럼 부모 공경의 계명뒤에 위치하게 되면 그 기능이 하나님의 신성한 권위를 높이는 한 가지에 국한될 수밖에 없으나 안식일 계명을 레위기 19장 3절에서처럼 부모 공경의 계명 뒤에 위치하게 하면 안식일 계명이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신성을 높이 내세울 뿐 아니라 부모의 신성한 권위까지 겸하여 높일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하나님이 사람에게 하나님 경외를 가르치기 위해 제정한 또 하나의 제도가 안식일 준수의 계명이다. 사람이 하나님을 배우는 최초의 경험이 또한 안식일 준수이다. 하나님 경외에 대한 최초의 개념도 안식일 준수의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말할수 있다. 그래서 안식일이나 부모는 모두 이 땅에서 하나님의 신성을 대표하거나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같다고 말할 수 있으나 부모는 사람들에게 인격적으로 하나님의 신성을 대표하고 있는 반면, 안식일은 비인격체로서 하나님의 신성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차별이 된다. 그리고 레위기 19장 3절은 하나님의 신성을 인격적으로 대표하고 있는 부모에 대한 경외를 비인격체로서 하나님의 신성을 상징하는 안식일 계명보다 우선시하여 부모 경외의 계명을 안식일 계명의 앞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네 부모를 경외하고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
 성경의 종교에서 거룩한 삶은 추상적이거나 신비한 관념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실천해야 하는 원칙이며 규칙이다. 그리고 인간이 “거룩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실천하는 최초의 공간은 가정이며 인간이 가정에서 하나님에 대한 경외를 배우는 최초의 경험은 부모에 대한 경외와 안식일에 대한 존중이다. 부모에 대한 경외의 도리를 익히면서 하나님 경외의 도리를 배우며 안식일의 준수를 익히면서 하나님 경외의 삶을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들 중에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사람이 나올 수 없고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 중에 부모에게 불효하는 사람이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안식일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날일 뿐 아니라 하늘 같은 부모님의 은혜를 기억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을 키우는 날이기도 하다. 따라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마땅히 안식일을 준수해야 하는 것처럼 부모를 경외하는 사람에게 안식일 준수도 마땅한 도리인 것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마땅히 부모를 경외하고 안식일을 지킬 것이며 안식일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나님에게 충성되고 부모에게 효도할 것이다.
 부모 경외와 안식일 준수가 각각 다른 길이 아니라 한길이다.안식일 준수의 마음이 하나님 경외의 마음이며 부모 경외의 마음이 하나님 경외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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